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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 <호기심 상자를 위한 스케치(Plan for Play Structure) >는 공간에 대한 탐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이지연 작가의 개인전이다. 지난 10여 년간 그의 공간에 대한 탐구는 시각적, 물리적, 개념적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그 결과 지난 작품들에는 ‘공간과 기억의 관계’, ‘공간 속의 다층적 구조’, ‘공간 속에 구축된 또 다른 공간’ 등이 등장한다. 얇은 나무판으로 직접 제작한 여러 박스 형태들과 회화를 함께 선보일 이번 개인전에서는 공간 자체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고민들의 결과물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지연의 작업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매개체로서의 공간에 대한 탐색에서 시작했다. 그에게 무엇인가를 ‘기억하는’ 것은 곧 공간에 대한 경험으로 이끌려지는 행위였고, 그 역으로 공간을 ‘구축해가는’ 것은 잠재되어 있는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이었다. 즉 작가에게 공간은 기억이고, 기억은 공간이라 할 수 있었다. 이 공간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시각화하는 데에는 주로 회화와 드로잉이 사용되었고, 때로는 저부조의 작업으로 이어지던 것이 몇 년 전부터는 실제 공간 속에 구축되는 벽면 드로잉, 설치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작품의 외형적 변화와 확장은 공간에 대한 작가의 탐구 방향 그리고 태도의 변화에 기인한다.

 

공간은 이지연에게 점차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2차원이나 3차원의 세계에 무한의 새로운 영역을 개입시킬 수 있는 흥미로운 구조로 다가왔다. 공간은 꼭 물리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소 개념과 구별될 수 있다. 따라서 추상적 개념의 맥락에서, 공간은 존재의 가상적, 비현실적 현전(presence)을 가능하게 한다. 이지연은 여기에 주목하는데, 그의 작업들은 그가 미지의 영역, 이성과 논리 너머의 초월적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가늠하게 한다. 이 영역은 그가 애초에 관심을 가졌던 기억의 저장소이기도 하고, 서로 다른 추상적 개념들이 교차하며 경계를 허무는 영역이기도 하다. 선과 면의 절제된 조합으로 기하학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그의 작은 건축적 형태의 박스들은 보이는 것 너머의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며 보는 이들을 그곳에 현전하게 한다.

 

이지연이 작업 초창기부터 시도해온 이와 같은 ‘공간의 구축’은 평면과 입체, 그리고 실제 물리적 공간을 넘나들면서 실재하지 않는, 논리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그러나 익명의 경험과 이야기들이 잠재된 특유의 영역을 생산해왔다. 작가는 스스로 ‘놀이터’로 명명한 이 공간의 구조 속에서 기억, 시간, 관계, 차원과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여러 의미들을 암시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무한한 가상의 경험을 가능하도록 해준다. 그리고 작가가 고안한 선과 면으로 가시화된 공간은 그 가상의 공간으로 걸어가는 문이자 계단이다.

                                                                                                        KAIST Research & Art Gallery 정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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